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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말을 바꾸기 전에 사람이 먼저 성장해야 한다

    좋은 말은 말솜씨가 아니라 사람의 깊이에서 나온다

    가족은 세상에서 가장 많은 말을 주고받는 관계 가운데 하나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사소한 이야기를 나누고, 걱정하고, 조언하고, 때로는 같은 말을 반복한다.

    그런데 이상하다. 말은 많은데 마음은 점점 멀어지는 가족이 있다.

    우리는 관계가 어려워지면 흔히 “대화를 더 많이 해야 한다”고 말한다. 부드럽게 말하기, 상대의 말을 잘 들어주기, 화내지 않기 같은 대화법도 배운다. 모두 필요한 노력이다.

    그런데 좋은 대화법을 알고 있는데도 왜 가장 가까운 가족에게는 잘되지 않을까?

    어쩌면 우리가 바꾸어야 할 것은 말투만이 아닐지도 모른다. 말은 문제의 원인이기 전에 그 말을 만들어내는 사람의 현재 모습을 보여주는 결과일 수 있기 때문이다.

    1. 말은 사람의 현재를 보여준다

    우리는 낯선 사람에게 말할 때는 한 번쯤 생각한다. 직장에서는 상대의 상황을 살피고, 처음 만난 사람에게는 표정과 반응을 보면서 조심스럽게 말한다.

    그런데 가족 앞에서는 이런 과정이 쉽게 사라진다.

    “다 너 잘되라고 하는 말이야.”
    “내가 너를 몰라서 하는 말이니?”

    사랑과 친밀함이 어느 순간 말을 함부로 해도 되는 자격처럼 바뀌기도 한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가까운 사람이기 때문에 말을 편하게 해도 되는 것이 아니라, 가까운 사람이기 때문에 오히려 더 책임 있게 말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가족의 말은 낯선 사람의 말보다 오래 남는다. 부모가 무심코 던진 한마디를 자녀가 수십 년 동안 기억하기도 하고, 배우자의 말 하나가 오래된 응어리가 되기도 한다.

    말은 입 밖으로 나오면 사라지지만, 사람이 받아들인 말은 마음속에서 계속 살아 움직인다.

    그리고 그 말에는 그 사람의 삶이 묻어난다.

    말을 유창하게 한다고 반드시 상대를 이해시키는 것도 아니다. 사람을 만나고, 실패하고, 돌아보고,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며 얻은 것이 있는 사람의 말에는 조금씩 깊이가 생긴다.

    그래서 말의 질은 결국 사람의 깊이와 연결된다.

    2. 옳은 말보다 지금 필요한 말

    내가 아는 것을 말하는 것과 상대에게 지금 필요한 말을 하는 것은 전혀 다른 능력이다.

    부모가 아무리 옳은 말을 해도 자녀가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그 말은 가르침이 아니라 압박이 될 수 있다.

    배우자가 힘든 일을 이야기할 때 좋은 해결책을 알려주었는데도 오히려 서운해할 때가 있다. 상대에게 지금 필요했던 것이 해결책이 아니라 자신의 답답함을 들어주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좋은 말은 반드시 ‘내가 무엇을 말할 것인가’에서 시작하지 않는다.

    ‘지금 이 사람에게 무엇이 필요한가’를 살피는 데서 시작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말하기보다 먼저 듣고, 판단하기보다 관찰하고, 상대가 어떤 상황에 있는지를 이해하려는 시간이 필요하다.

    때로는 말하지 않는 것이 좋은 말이 될 수도 있다. 기다려주는 것이 대화가 되고, 질문 하나가 충고 열 마디보다 상대에게 더 큰 힘을 줄 수도 있다.

    소통은 내가 옳다는 것을 상대에게 이해시키는 일이 아니라, 서로가 더 나은 생각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3. 사람이 성장하면 말이 달라진다

    가족과 말이 통하지 않을 때 우리는 흔히 묻는다.

    “왜 내 말을 이해하지 못할까?”

    그런데 질문을 조금 바꾸어보자.

    “나는 이 사람이 이해할 수 있도록 말하고 있는가?”

    두 질문은 비슷해 보이지만 방향은 전혀 다르다.

    첫 번째 질문은 상대에게 변화의 책임을 돌리기 쉽지만, 두 번째 질문은 내가 사용하는 말과 태도를 돌아보게 한다.

    상대의 나이와 경험, 현재의 상황을 살피고 그 사람이 받아들일 수 있는 방식으로 이야기하려면 나에게도 공부가 필요하다.

    그래서 가족의 소통은 단순히 말을 잘하는 기술만의 문제가 아니다. 소통은 사람을 이해하는 공부이며, 나 자신이 성장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내가 성장하면 같은 상황에서도 사용하는 말이 달라진다.

    예전에는 비난했던 일을 질문하게 되고, 가르치려 했던 자리에서 먼저 듣게 되며, 즉시 답을 주려 했던 사람이 때로는 기다릴 줄 알게 된다.

    말만 달라진 것이 아니다.

    말을 하는 사람이 달라진 것이다.

    우리는 이미 좋은 말을 많이 알고 있다. 상대를 존중해야 한다는 것도, 가족의 이야기를 들어주어야 한다는 것도 안다.

    어쩌면 문제는 좋은 말을 몰라서가 아니라, 알고 있는 것을 관계 속에서 사용할 만큼 내가 성장했는가에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말을 고치는 공부의 끝에는 결국 사람을 공부하는 일이 있다.

    좋은 말을 배우는 것도 필요하다. 그러나 더 오래 해야 할 공부는 좋은 말을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사람이 성장하면 말은 억지로 꾸미지 않아도 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