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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고 이후, 삶을 돌아보다 ③

    잘못을 찾는 것이 아니라 배울 것을 찾는다

    ― 사고 이후, 삶을 바꾸는 자기성찰

    사고나 어려움을 겪고 나면 사람들은 흔히 두 가지 방향으로 생각한다.

    하나는 “누구 때문에 이런 일이 생겼는가?”라고 원인을 밖에서 찾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내가 무엇을 잘못했기에 이런 일이 생겼을까?”라며 자신에게서 원인을 찾는 것이다.

    그런데 두 질문 모두 조심할 필요가 있다.

    첫 번째 질문에만 머물면 원망에서 벗어나기 어렵고, 두 번째 질문을 지나치게 붙잡으면 모든 책임을 자기에게 돌리는 자기비난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자연재해나 범죄, 타인의 명백한 과실로 피해를 입은 사람에게 자신의 잘못부터 찾으라고 요구해서는 안 된다.

    그렇다면 ’사고 이후, 삶을 돌아보다‘에서 말하는 ‘나를 돌아본다’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모든 사고의 원인을 나에게서 찾는 일이 아니라, 이미 일어난 일을 통해 앞으로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을 발견하는 일이라고 생각해 볼 수 있다.

    잘못을 찾아 자신을 벌주는 것이 아니라, 부족함을 발견하여 삶을 바꾸는 것.

    자기성찰은 바로 여기에서 시작된다.

    1. ‘내 탓’이 아니라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을 찾는다

    “남 탓하지 말고 네 잘못부터 찾아라.”

    우리는 이런 말을 쉽게 한다.

    그러나 이 말은 잘못 사용하면 상대에게 또 하나의 상처가 될 수 있다.

    자기성찰의 목적은 누가 더 잘못했는지를 결정하는 데 있지 않다.

    내가 다시 선택할 수 있는 영역을 발견하는 데 있다.

    예를 들어 관계에서 큰 갈등이 생겼다고 해보자.

    상대가 분명 잘못한 부분이 있을 수 있다. 그것은 그대로 인정하면 된다.

    그러면서도 나는 나에게 물어볼 수 있다.

    나는 상대의 말을 충분히 들었는가?
    감정이 올라왔을 때 너무 빨리 판단하지 않았는가?
    내가 옳다는 생각 때문에 상대의 입장을 무시하지 않았는가?
    같은 갈등이 반복되고 있다면 나에게도 반복되는 습관은 없는가?

    이 질문은 “모든 것이 내 잘못이다”라는 말과 전혀 다르다.

    오히려 상대가 바뀌기를 기다리는 삶에서 내가 먼저 바꿀 수 있는 삶으로 이동하는 질문이다.

    2. 사건과 나의 해석을 나누어 본다

    자기성찰을 할 때 유용한 방법 가운데 하나는 ‘실제로 일어난 일’과 ‘내가 그 일을 받아들인 방식’을 나누어 보는 것이다.

    가령 누군가 나에게 말했다.

    “조금 더 생각해 보는 게 좋겠어요.”

    실제로 일어난 사건은 상대가 그 말을 한 것이다.

    그런데 나는 그것을

    “나를 무시하는구나.”

    라고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러면 서운함이나 화가 일어난다.

    여기에서 잠시 멈추어 볼 수 있다.

    사건: 상대가 “조금 더 생각해 보라”고 말했다.
    나의 해석: 나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감정: 서운하고 화가 났다.
    나의 행동: 상대의 말을 듣지 않고 방어했다.

    이렇게 나누어 보면 내가 무엇을 바꿀 수 있는지가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사건 자체는 이미 지나갔지만, 사건을 해석하고 반응하는 방식은 앞으로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사고의 인과관계를 공부한다는 것도 어쩌면 이런 과정과 닮아 있다.

    이미 일어난 일을 되돌릴 수는 없지만, 그 일을 바라보는 나의 생각과 이후의 행동은 바꿀 수 있다.

    3. 반복되는 것을 관찰하면 나의 습관이 보인다

    한 번의 실수만으로 자신을 판단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살펴보아야 할 것은 ‘반복’이다.

    왜 나는 비슷한 사람과 계속 갈등할까?

    왜 중요한 순간마다 너무 급하게 결정할까?

    왜 다른 사람이 나와 다른 의견을 말하면 쉽게 화가 날까?

    왜 몸이 계속 피곤하다는 신호를 보내는데도 쉬지 못할까?

    왜 작은 문제가 생겼을 때 바로 해결하지 않고 미루는가?

    반복되는 문제를 살펴볼 때 중요한 것은 내가 알고 있는 것이 언제나 옳다고 생각하지 않는 자세다.

    때로는 자신의 경험과 상식이 너무 확고해서 다른 사람의 말을 제대로 듣지 못하기도 한다. 그래서 나를 돌아보려면 먼저 내 생각을 잠시 내려놓고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어볼 필요가 있다. 그들의 말과 행동을 관찰하고, 비슷한 일이 반복된다면 기록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기록이 쌓이면 그 순간에는 보이지 않았던 공통점이 보이기 시작한다. 어떤 상황에서 내가 예민해지는지, 어떤 말을 들었을 때 방어적으로 변하는지, 어떤 관계에서 같은 갈등이 반복되는지를 발견할 수 있다.

    “내 삶에서 계속 반복되는 것은 무엇인가?”

    이 질문은 잘못한 사람을 찾기 위한 것이 아니다. 반복되는 삶의 패턴 속에서 내가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습관과 태도를 알아보기 위한 질문이다.

    한 번의 사건보다 반복되는 패턴을 관찰할 때 내가 바꿀 수 있는 부분도 훨씬 선명하게 보인다.

    4. 잘못을 발견했다면 행동 하나를 바꾼다

    성찰만 계속한다고 사람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내가 잘못했구나.

    “앞으로 조심해야겠다.”

    생각하고 다시 똑같이 행동한다면 삶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그래서 성찰의 마지막에는 작은 행동 하나가 필요하다.

    말을 너무 빨리 한다면 한 번 더 듣고 말해 보는 것.

    운전할 때 조급해진다면 10분 먼저 출발하는 것.

    몸이 계속 보내는 신호를 무시했다면 생활습관을 점검하는 것.

    관계에서 같은 갈등이 반복된다면 상대의 말을 끝까지 듣는 연습을 해보는 것.

    조직에서 작은 안전 문제가 반복된다면 기록하고 개선을 요구하는 것.

    거창할 필요는 없다.

    깨달음의 크기보다 변화의 지속성이 더 중요하다.

    잘못을 발견했다면 자책하는 데 에너지를 쓰기보다 다음 행동 하나를 바꾸는 편이 낫다.

    그 작은 변화가 쌓여 결국 삶의 방향을 바꾼다.

    사고 이후, 돌아보며 마지막에 묻는 것

    사고와 어려움이 없는 삶을 원하는 것은 누구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아무리 조심해도 우리가 모든 일을 통제할 수는 없다.

    자연의 변화도 있고, 다른 사람의 선택도 있으며, 사회와 제도의 문제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사고가 일어났다고 해서 그 사람의 삶이 잘못되었다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

    다만 우리는 일어난 사건 이후에 무엇을 할 것인지는 선택할 수 있다.

    누군가는 사고를 통해 안전제도를 바꾼다.

    누군가는 관계를 돌아본다.

    누군가는 자신의 생활습관을 바꾼다.

    또 누군가는 같은 어려움을 겪는 사람을 돕기 시작한다.

    그렇게 한 사람의 아픔에서 얻은 배움이 다른 사람의 어려움을 줄이는 데 쓰일 때, 개인의 경험은 사회의 지혜가 된다.

    어쩌면 사고 이후, 가장 중요한 것은 ‘왜 이런 일이 나에게 일어났는가’에 대한 완벽한 답을 찾는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오히려 이렇게 묻는 것이 더 중요할 수 있다.

    나는 이 일을 겪고 무엇을 알게 되었는가?

    내가 고쳐야 할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

    그리고 이 경험을 앞으로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

    사고의 원인을 모두 알 수는 없어도, 사고 이후의 삶은 다시 선택할 수 있다.

    그래서 자기성찰은 자신에게 잘못이라는 꼬리표를 붙이는 일이 아니다.

    과거의 잘못을 찾는 데 머무르지 않고, 미래의 행동을 바꾸는 공부다.

    누구의 탓인지만 묻던 자리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를 묻고,

    무엇을 배웠는지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묻는 것.

    그 질문을 시작할 때 사고와 어려움은 단지 지나간 상처로만 남지 않는다.

    그 경험은 나를 더 깊게 이해하고, 다른 사람의 아픔을 헤아리며,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를 조금 더 안전하게 만드는 지혜가 될 수 있다.

    사고를 통해 잘못을 찾는 데 그치지 말자.
    그 안에서 다음 삶의 방향을 찾아보자.

    「사고(事故) 이후, 삶을 사고(思考)하다」

    그것이 우리가 어려움을 공부로 바꾸는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 사고 이후, 삶을 돌아보다 ②

    남 탓을 넘어 원인을 바라보는 법

    ― 책임을 묻는 것과 원망에 머무는 것은 다르다

    사고나 어려움이 생겼을 때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무엇일까.

    “저 사람 때문에 이렇게 됐어.”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생긴 거야?”
    “나는 아무 잘못도 없는데 너무 억울해.”

    어쩌면 너무나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실제로 상대방의 잘못 때문에 사고가 일어날 수도 있다. 누군가의 부주의로 피해를 입을 수도 있고, 조직이나 사회의 관리 부족으로 많은 사람이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서도 남 탓을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일까?

    여기서 먼저 구별해야 할 것이 있다.

    책임을 묻는 것과 남 탓에 머무는 것은 다르다.

    잘못한 사람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필요하다. 그러나 책임을 밝힌 이후에도 분노와 원망에만 머물러 있다면, 우리는 사건을 통해 발견할 수 있었던 또 다른 중요한 질문을 놓칠 수 있다.

    1. 책임을 묻는 것은 ‘남 탓’이 아니다

    교통사고가 났다고 생각해 보자.

    상대방이 신호를 위반했다면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책임을 밝히는 것은 당연하다. 피해에 대한 보상도 이루어져야 한다.

    사회적 재난도 마찬가지다.

    안전관리가 부족했다면 관리 책임을 물어야 하고, 제도가 잘못되었다면 고쳐야 한다. 책임져야 할 사람이 책임지지 않는 사회는 같은 사고를 반복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남 탓을 하지 말자”는 말을 “잘못한 사람의 책임까지 묻지 말자”는 뜻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그것은 오히려 사고의 원인을 제대로 밝히지 않는 일이 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책임을 밝히는 것과 내 마음이 원망에 붙잡혀 살아가는 것을 구별하는 것이다.

    책임은 사실의 문제이고, 원망은 내 마음의 문제다.

    상대의 책임은 분명하게 밝히면서도, 나는 그 사건 이후 어떤 삶을 살아갈 것인지 생각할 수 있다.

    2. 원망에 머물면 보이지 않는 것

    누군가에게 피해를 입었을 때 화가 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억울하면 억울하다고 말할 수도 있다. 슬프면 울 수도 있고, 잘못한 사람에게 사과를 요구할 수도 있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시간이 지나도 계속해서

    “저 사람만 아니었으면….”

    이라는 생각에 머물러 있다면 내 삶의 중심은 어느 순간 상대방에게 넘어가 버린다.

    상대방이 바뀌어야 내가 편안해지고,
    상대방이 사과해야 내가 살아갈 수 있고,
    상대방이 벌을 받아야 내 마음이 풀리는 상태가 될 수도 있다.

    이때 한번 질문을 바꾸어 볼 필요가 있다.

    “상대가 무엇을 잘못했는가?”에서
    “나는 이제 무엇을 할 수 있는가?”로.

    이 질문의 변화는 상대방의 잘못을 없애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상대에게 가 있던 내 삶의 주도권을 다시 나에게 가져오는 일이다.

    사고 이후에 ‘남 탓을 하지 않는다’는 의미도 이런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다.

    남의 잘못을 모른 척하라는 것이 아니라, 남의 잘못 때문에 내 삶 전체가 계속 끌려가도록 두지 않는 것이다.

    3. 원인을 밖에서만 찾으면 공부는 멈춘다

    사람은 문제가 생기면 자연스럽게 원인을 밖에서 찾는다.

    “직장 상사가 문제야.”
    “배우자가 문제야.”
    “아이 때문에 힘들어.”
    “사회가 잘못됐어.”

    실제로 그 말이 맞을 수도 있다.

    그러나 모든 원인을 밖에서만 찾기 시작하면 한 가지 문제가 생긴다.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이 사라진다.

    상대가 달라져야 하고, 환경이 달라져야 하고, 세상이 달라져야만 내가 좋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자신의 삶을 살펴본다는 것은 모든 책임을 자신에게 돌리는 일이 아니다.

    “그때 내가 조금 다르게 판단할 수 있었던 것은 없었을까?”

    “나는 작은 신호를 계속 무시하지 않았을까?”

    “내 말이나 태도가 관계를 더 어렵게 만들지는 않았을까?”

    “같은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면 내가 반복하고 있는 습관은 없을까?”

    이렇게 질문하기 시작하면 비로소 내가 바꿀 수 있는 부분이 보인다.

    사고의 원인을 찾는 목적은 누군가를 죄인으로 만드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같은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데 있다.

    남 탓을 멈춘다는 것의 진짜 의미

    여기서 아주 조심해야 할 것이 있다.

    자연재해나 범죄, 대형 참사, 타인의 명백한 잘못으로 피해를 입은 사람에게 “당신도 자신에게서 잘못을 찾아야 한다”고 요구해서는 안 된다.

    아픔을 겪고 있는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먼저 안전과 보호이며, 위로와 회복이다.

    성찰은 다른 사람이 강요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자신의 삶을 다시 바라볼 준비가 되었을 때 스스로 시작하는 질문이어야 한다.

    그래서 ‘남 탓하지 말라’는 말은 다른 사람에게 들이대는 잣대가 되어서는 안 된다.

    오히려 내가 나 자신에게 물어보는 질문이어야 한다.

    “나는 지금 누구를 원망하고 있는가?”

    “그 원망 때문에 내가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은 없는가?”

    “상대의 책임과 별개로, 내가 앞으로 바꿀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잘못을 찾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

    사고와 어려움이 지나간 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책임져야 할 것을 바로잡는 일이고, 다른 하나는 다시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배우는 일이다.

    사회는 사고의 원인을 조사하여 제도를 바꾸어야 한다.

    조직은 안전 시스템을 점검해야 한다.

    그리고 개인은 자신의 삶에서 살펴볼 것이 있다면 그것을 살펴볼 수 있다.

    이 세 가지가 함께 움직일 때 사고는 단순한 상처로만 남지 않는다.

    누군가를 탓하는 것은 쉽다.

    그러나 원인을 살펴보는 것은 어렵다.

    더 어려운 것은 그 사건을 통해 내가 바꿀 수 있는 한 가지를 발견하는 일이다.

    그래서 ‘사고‘ 이후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은 어쩌면 이것인지도 모른다.

    “누구의 잘못인가?”에서 멈출 것인가.
    아니면 “이제 무엇을 바꿀 것인가?”까지 나아갈 것인가.

    남 탓을 넘어선다는 것은 잘못한 사람을 용서하라는 말도 아니고, 책임을 덮으라는 말도 아니다.

    상대의 잘못은 상대에게 돌려주고, 내가 배울 것은 내가 가져오는 것.

    그렇게 할 때 우리는 사고와 어려움 속에서도 다시 내 삶의 방향을 잡을 수 있다.

    다음 글에서는 한 걸음 더 들어가 보려고 한다.

    「사고 이후, 삶을 돌아보다 ③ ― 잘못을 찾는 것이 아니라 배울 것을 찾는다」

  • 사고 이후, 삶을 돌아보다 ①

    사고는 진행형의 과정이다

    ― 사건의 원인과 우리 삶의 인과관계

    살다 보면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갑자기 우리의 일상을 흔들어 놓을 때가 있다.

    교통사고를 당하기도 하고, 믿었던 사람과의 관계가 무너지기도 하며, 어느 날 갑자기 경제적인 어려움이 찾아오기도 한다. 때로는 태풍과 홍수, 산불과 같은 자연재해가 수많은 사람의 평범했던 일상을 한순간에 바꾸어 놓기도 한다.

    이런 일을 마주하면 우리는 흔히 말한다.

    “왜 하필 나에게 이런 일이 생겼을까?”
    “정말 운이 없었다.”

    그러나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을 더 해볼 수 있다.

    사고는 정말 그 순간에만 만들어진 것일까?

    물론 모든 사고를 개인의 행동이나 잘못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자연재해도 있고, 타인의 명백한 잘못으로 발생하는 사고도 있으며, 개인이 아무리 조심해도 피하기 어려운 사건도 있다.

    따라서 사고를 당한 사람에게 “당신이 무엇인가 잘못했기 때문에 이런 일이 생겼다”고 말하는 것은 매우 조심해야 한다.

    사고를 공부한다는 것은 피해자에게서 잘못을 찾는 일이 아니다.

    오히려 사건이 일어난 뒤 우리가 미처 보지 못했던 원인과 조건을 살펴보고, 같은 아픔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무엇을 배울 것인가를 생각해 보는 일에 가깝다.

    1. 사고는 순간이지만 원인은 과정일 수 있다

    사고는 한순간에 일어난다.

    그러나 그 사고를 만들어 낸 조건까지 한순간에 생긴 것은 아닐 수 있다.

    교통사고를 예로 들어보자.

    사고가 발생한 순간만 보면 차량 두 대가 충돌한 몇 초의 사건이다. 하지만 그 이전에는 과속이나 피로, 운전 습관, 도로 상태, 신호체계, 안전시설, 차량 관리 등 여러 조건이 존재할 수 있다.

    큰 재난도 마찬가지다.

    태풍이나 집중호우라는 자연현상을 사람이 막을 수는 없다. 그러나 피해를 줄이기 위한 배수시설은 충분했는지, 위험지역에 대한 대비는 적절했는지, 경보와 대피체계는 제대로 작동했는지는 사고 이후 사회가 반드시 살펴보아야 할 문제다.

    그래서 사고를 단지 ‘재수가 없었다’는 한마디로 끝내 버리면 우리가 발견할 수 있었던 중요한 원인까지 놓칠 수 있다.

    사건은 순간에 나타나지만, 그 사건을 둘러싼 원인과 조건은 오랜 시간에 걸쳐 만들어질 수 있다.

    이것이 사고를 ‘진행형’으로 바라보는 첫 번째 관점이다.

    2. 작은 신호를 우리는 왜 놓치는가

    우리 삶에는 큰 문제가 생기기 전에 작은 이상이 먼저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몸이 계속 피곤한데도 쉬지 않는다.
    기계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는데도 그냥 사용한다.
    조직에서 같은 문제가 반복되는데도 “별일 아니겠지” 하고 넘어간다.
    사람과의 갈등이 계속되는데도 상대방의 문제라고만 생각한다.

    하나하나는 대수롭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작은 문제를 반복해서 외면하다 보면 어느 순간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는 결과로 나타나기도 한다.

    사고의 인과관계를 공부하며 눈여겨볼 부분이 바로 이것이다.

    1장에서 사고가 처음부터 크게 찾아오기보다 작은 신호에서 시작되어 점차 강해지는 ‘진행형’의 과정이라 했다. 작은 신호가 왔을 때 멈추어 자신의 삶과 행동을 돌아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반드시 초자연적인 의미로만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우리의 일상에서도 작은 이상 징후를 알아차리고 일찍 대응하는 것은 큰 문제를 예방하는 중요한 원칙이다.

    작은 신호를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아직 바꿀 수 있을 때 찾아온 점검의 기회라고 생각할 수 있다.

    3. 사고 이후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

    사고가 일어나면 우리는 가장 먼저 책임을 찾는다.

    “누가 잘못했는가?”

    필요한 질문이다.

    법적인 책임이 있다면 분명하게 밝혀야 하고, 관리가 부실했다면 고쳐야 한다. 사회적 재난이라면 국가와 기관, 조직이 책임져야 할 부분도 철저하게 조사해야 한다.

    그런데 사고의 원인을 밝힌 뒤에도 한 가지 질문은 남는다.

    “우리는 이 사건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

    개인에게는 자신의 생활과 판단을 돌아보는 질문이 될 수 있고, 가족에게는 서로를 대하는 방식을 살펴보는 질문이 될 수 있다.

    사회에는 더 큰 질문이 된다.

    왜 같은 사고가 반복되는가?
    우리는 이전 사고에서 무엇을 놓쳤는가?
    제도와 시스템에서 바꾸어야 할 것은 무엇인가?

    이렇게 바라보면 사고는 단순히 ‘누구의 잘못인가’를 밝히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책임은 책임대로 밝히고, 배울 것은 함께 배우는 것.

    두 가지가 함께 이루어져야 사고가 남긴 아픔이 다음 사람의 안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

    사고를 바라보는 또 하나의 시선

    사고를 겪은 사람에게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분석이나 충고가 아닐 것이다.

    위로가 필요할 수도 있고, 구조와 치료가 필요할 수도 있으며, 경제적·사회적 도움이 먼저 필요할 수도 있다.

    특히 큰 재난 앞에서는 피해를 입은 사람에게 삶의 의미나 잘못을 먼저 묻기보다 우리 사회가 무엇을 도울 수 있는지를 묻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다음 시간이 지나 우리가 다시 일상을 돌아볼 수 있게 되었을 때, 사고는 하나의 질문을 남긴다.

    “우리는 이 일을 통해 무엇을 놓치고 있었는지 알게 되었는가?”

    사고를 단순히 불운으로만 여기면 사건은 아픈 기억으로 끝날 수 있다.

    그러나 그 사건의 원인과 과정을 차분히 살펴본다면 개인은 자신의 습관을 바꿀 수 있고, 사회는 제도를 고칠 수 있으며, 누군가는 같은 사고를 피할 수도 있다.

    어쩌면 ‘사고의 인과관계’를 공부한다는 것은 모든 사고의 이유를 알아내는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일어난 일을 남의 탓이나 운의 탓으로만 끝내지 않고, 그 안에서 우리가 바꿀 수 있는 것을 찾아가는 공부.

    그것이 사고 이후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성찰이 아닐까.

    다음 글에서는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들어가 보려고 한다.

    「사고 이후, 삶을 돌아보다 ② ― 남 탓을 넘어 원인을 바라보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