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는 진행형의 과정이다
― 사건의 원인과 우리 삶의 인과관계
살다 보면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갑자기 우리의 일상을 흔들어 놓을 때가 있다.
교통사고를 당하기도 하고, 믿었던 사람과의 관계가 무너지기도 하며, 어느 날 갑자기 경제적인 어려움이 찾아오기도 한다. 때로는 태풍과 홍수, 산불과 같은 자연재해가 수많은 사람의 평범했던 일상을 한순간에 바꾸어 놓기도 한다.
이런 일을 마주하면 우리는 흔히 말한다.
“왜 하필 나에게 이런 일이 생겼을까?”
“정말 운이 없었다.”
그러나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을 더 해볼 수 있다.
사고는 정말 그 순간에만 만들어진 것일까?
물론 모든 사고를 개인의 행동이나 잘못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자연재해도 있고, 타인의 명백한 잘못으로 발생하는 사고도 있으며, 개인이 아무리 조심해도 피하기 어려운 사건도 있다.
따라서 사고를 당한 사람에게 “당신이 무엇인가 잘못했기 때문에 이런 일이 생겼다”고 말하는 것은 매우 조심해야 한다.
사고를 공부한다는 것은 피해자에게서 잘못을 찾는 일이 아니다.
오히려 사건이 일어난 뒤 우리가 미처 보지 못했던 원인과 조건을 살펴보고, 같은 아픔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무엇을 배울 것인가를 생각해 보는 일에 가깝다.
1. 사고는 순간이지만 원인은 과정일 수 있다
사고는 한순간에 일어난다.
그러나 그 사고를 만들어 낸 조건까지 한순간에 생긴 것은 아닐 수 있다.
교통사고를 예로 들어보자.
사고가 발생한 순간만 보면 차량 두 대가 충돌한 몇 초의 사건이다. 하지만 그 이전에는 과속이나 피로, 운전 습관, 도로 상태, 신호체계, 안전시설, 차량 관리 등 여러 조건이 존재할 수 있다.
큰 재난도 마찬가지다.
태풍이나 집중호우라는 자연현상을 사람이 막을 수는 없다. 그러나 피해를 줄이기 위한 배수시설은 충분했는지, 위험지역에 대한 대비는 적절했는지, 경보와 대피체계는 제대로 작동했는지는 사고 이후 사회가 반드시 살펴보아야 할 문제다.
그래서 사고를 단지 ‘재수가 없었다’는 한마디로 끝내 버리면 우리가 발견할 수 있었던 중요한 원인까지 놓칠 수 있다.
사건은 순간에 나타나지만, 그 사건을 둘러싼 원인과 조건은 오랜 시간에 걸쳐 만들어질 수 있다.
이것이 사고를 ‘진행형’으로 바라보는 첫 번째 관점이다.
2. 작은 신호를 우리는 왜 놓치는가
우리 삶에는 큰 문제가 생기기 전에 작은 이상이 먼저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몸이 계속 피곤한데도 쉬지 않는다.
기계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는데도 그냥 사용한다.
조직에서 같은 문제가 반복되는데도 “별일 아니겠지” 하고 넘어간다.
사람과의 갈등이 계속되는데도 상대방의 문제라고만 생각한다.
하나하나는 대수롭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작은 문제를 반복해서 외면하다 보면 어느 순간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는 결과로 나타나기도 한다.
사고의 인과관계를 공부하며 눈여겨볼 부분이 바로 이것이다.
1장에서 사고가 처음부터 크게 찾아오기보다 작은 신호에서 시작되어 점차 강해지는 ‘진행형’의 과정이라 했다. 작은 신호가 왔을 때 멈추어 자신의 삶과 행동을 돌아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반드시 초자연적인 의미로만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우리의 일상에서도 작은 이상 징후를 알아차리고 일찍 대응하는 것은 큰 문제를 예방하는 중요한 원칙이다.
작은 신호를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아직 바꿀 수 있을 때 찾아온 점검의 기회라고 생각할 수 있다.
3. 사고 이후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
사고가 일어나면 우리는 가장 먼저 책임을 찾는다.
“누가 잘못했는가?”
필요한 질문이다.
법적인 책임이 있다면 분명하게 밝혀야 하고, 관리가 부실했다면 고쳐야 한다. 사회적 재난이라면 국가와 기관, 조직이 책임져야 할 부분도 철저하게 조사해야 한다.
그런데 사고의 원인을 밝힌 뒤에도 한 가지 질문은 남는다.
“우리는 이 사건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
개인에게는 자신의 생활과 판단을 돌아보는 질문이 될 수 있고, 가족에게는 서로를 대하는 방식을 살펴보는 질문이 될 수 있다.
사회에는 더 큰 질문이 된다.
왜 같은 사고가 반복되는가?
우리는 이전 사고에서 무엇을 놓쳤는가?
제도와 시스템에서 바꾸어야 할 것은 무엇인가?
이렇게 바라보면 사고는 단순히 ‘누구의 잘못인가’를 밝히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책임은 책임대로 밝히고, 배울 것은 함께 배우는 것.
두 가지가 함께 이루어져야 사고가 남긴 아픔이 다음 사람의 안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
사고를 바라보는 또 하나의 시선
사고를 겪은 사람에게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분석이나 충고가 아닐 것이다.
위로가 필요할 수도 있고, 구조와 치료가 필요할 수도 있으며, 경제적·사회적 도움이 먼저 필요할 수도 있다.
특히 큰 재난 앞에서는 피해를 입은 사람에게 삶의 의미나 잘못을 먼저 묻기보다 우리 사회가 무엇을 도울 수 있는지를 묻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다음 시간이 지나 우리가 다시 일상을 돌아볼 수 있게 되었을 때, 사고는 하나의 질문을 남긴다.
“우리는 이 일을 통해 무엇을 놓치고 있었는지 알게 되었는가?”
사고를 단순히 불운으로만 여기면 사건은 아픈 기억으로 끝날 수 있다.
그러나 그 사건의 원인과 과정을 차분히 살펴본다면 개인은 자신의 습관을 바꿀 수 있고, 사회는 제도를 고칠 수 있으며, 누군가는 같은 사고를 피할 수도 있다.
어쩌면 ‘사고의 인과관계’를 공부한다는 것은 모든 사고의 이유를 알아내는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일어난 일을 남의 탓이나 운의 탓으로만 끝내지 않고, 그 안에서 우리가 바꿀 수 있는 것을 찾아가는 공부.
그것이 사고 이후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성찰이 아닐까.
다음 글에서는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들어가 보려고 한다.
「사고 이후, 삶을 돌아보다 ② ― 남 탓을 넘어 원인을 바라보는 법」